산업물질을 다룰 때, 나는 재료와 거리를 두지 않는다. 차갑고 비감각적인 재료를 손으로 오래 붙들며 조각하는 과정은, 어떤 표면을 만드는 일이기보다 감각의 결을 따라 나 자신을 조율하는 시간이다. 이 물질이 어떤 촉감을 품고, 어떤 반응을 낳을 수 있을지를 생각할 때, 나는 언제나 ‘닿는다는 것’에서부터 사유를 시작한다. ‘접촉’은 내 작업에서 기술이나 형식보다 먼저 오는 감각이다. 나는 조각이 관객에게 다가가는 방식, 관객이 작품에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되는 그 순간에 집중한다. 이번 전시는 그 감각을 조각을 통해 실험해보는 자리다. 작품은 관객의 손끝을 기다리지만, 접촉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어색함을 통과하려는 움직임을 위해 열린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접촉은 이 전시에서 목적이 아니라 계기다. 그 계기가 억지로 열리지 않고, 각자의 리듬대로 조용히 열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