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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억: 잊을 수 없는 포스터

기억: 잊을 수 없는

  • 전시기간 2022. 05. 25 ~ 2022. 06. 08
  • 전시장소 홍티아트센터 전시실, 공동작업장, 창고, 2층 다리
  • 참여작가 나미아
전시 《기억: 잊을 수 없는》은 3개월 동안 매일 걷던 다대포 산책길에서 바라본 노을과 황폐한 나무 한 그루로부터 상기된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선형적 시간의 흐름을 벗어나 동시다발적이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인 ‘기억’을 S.F(공상과학)적으로 시각화한 공간은, 필멸의 운명을 타고난 생명체와 같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희미해지고 사라지는 기억을 간직하고 기념하는 하나의 성채이다.

산책길에서 마주하는 자연, 경관, 바람, 물결, 물 위로 반짝이는 햇빛, 변화하는 석양의 색, 비릿한 물 내음, 홀로 걷는 왜가리, 청둥오리 떼, 이름 모를 새들과 매일 다른 모습으로 서로를 맞이한다. 그 중에 유일하게 변화하지 않는 것은 그 길을 따라 흩어져있는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 쓰레기들 뿐 이다. 실제로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은 인간이 그토록 열망하는 영생이 가능한 물질이자, 동시에 모든 생명체의 생명을 위협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플라스틱의 이러한 아이러니함은 매일 마다 사라지고 멸종하는 생명체에 대한 소식과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 계획에 대한 소식이 공존하는, 우리가 현재 마주한 시대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

필멸의 운명을 타고난 모든 생명체는 언젠가 지구-땅-으로 되돌아간다. 삶의 한 과정이면서, 먼저 떠난 그리운 누군가를-인간, 비인간 모두를 포함한-재회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기도 한 ‘퇴비되기’는 과학의 힘으로 불멸의 삶을 가능케 할 미래를 꿈꾸는 우리가 마주해야 할 불편한 진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꿈꾸어야 할 미래는 희망과 절망의 신화에서 벗어나 현재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트러블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며, 땅 위에서 공존하며 살아가고 죽는 존재로서 사는 삶, 그 자체이다.

우리가 ‘삶’을 통해 온 몸으로 체험하는 세계는 결코 혼자 만들어낼 수 없다. 잉태와 동시에 시작되는 각자의 기억을 초석으로 개개인의 세계가 형성되지만, 그것들이 얽히고 공유되는 곳이 바로 이 세계이고, 이 지구이다.

‘기억’은 우리가 딛고 있는 땅과 같다. 다시 말해, 우리-모든 생명체-는 ‘기억’ 위에 서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Mnemosyne)의 힘을 빌릴 필요는 없다. 나는 망각과 죽음을 피할 수 없는 나-우리-로부터 탄생한 기억을 누군가와 연결지어 ‘함께 기억하기’를 통해 기억의 생명이 연장되길 바란다. 인간과 신의 경계는 -처음부터-존재하지 않으므로, 관계를 통해 연결된 생명체 사이 사이를 관통하는 통로가 기억과 기억을 이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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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지난 3년간 우리는 상실과 생존 경쟁이 공존하는 시기를 지나왔다.
그리고 2022년, 여기에 텅 빈 우리가 서있다.

매일 지구 어딘가에서 사라지고 멸종하는 생명체들의 소식을 전해 듣는다. 실제로 남아있을 것들과 남고 싶어도 실재(實在)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들의 존재와 이야기는 누가 기억해줄까?
그들이 사라진 후, 나와는 전혀 관계 맺지 않은 그들을 어떻게 기억해내지?

인류 외 다른 생명의 존속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이 지구상엔 언젠가 인류만이 삶을 이어나갈 날이 머지않은 듯 보인다.

인류만이 존재하는 세상이란 어떤 모습일까?

다른 생명체들이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다는 건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