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학생의 잔상록》은 〈해어화 신주(Shinjū): 조선의 기생, 지룽항에서 사랑을 위해 죽다〉, 〈남학생〉, 〈여학생: 아미동〉 세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세 작품은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유사한 분위기를 공유한다.그것은 곧 청춘, 욕망,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제국의 소멸 이후, 대만‧한국‧일본에 희미하게 남겨진 떠도는 유령 같은 흔적들이다.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영상 작품들은 짙은 문학성을 바탕으로, 오래된 영화와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서로 다른 장소와 언어 사이를 떠도는 장면들을 그려낸다.
〈남학생〉, 〈여학생: 아미동〉 에서 ‘학생(學生)’은 근대 동아시아에서 매우 특수한 정체성을 형성한다.
이는 교육 제도의 산물이자, 국가와 식민 체제가 만들어낸 청소년의 형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체성 속에서 청춘은 단순한 생애 단계가 아니라, 제도에 의해 규율되는 신체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성별의 시선을 통해, 대만‧한국‧일본의 젊은 남녀가 학교, 가족, 사회 질서 사이에서 형성하는 욕망과 불안을 포착한다.
한편, 〈해어화 신주(Shinjū): 조선의 기생, 지룽항에서 사랑을 위해 죽다〉는1930년대에 대만 지룽으로 흘러 들어온 조선 기생의 동반 자살 사건을 다루면서도, 동시에 괴담과 같은 분위기를 띤다.
사랑과 죽음, 그리고 언어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역사적 잔상들이 교차한다.
이 전시에서 텍스트, 영상, 서사는 서로 겹치며, 등장하는 인물들은 마치 소설 속 인물인 동시에 과거의 유령처럼 나타난다.
청춘의 신체, 식민지 시대의 언어, 그리고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감정들은 대만‧한국‧일본에 미묘한 생의 흔적을 남긴다.